대청호오백리길/대청호오백리길 구간 후기

대청호오백리길 11구간 (말티고개길)

느낌표!! 2016. 10. 26. 16:33

◇대청호오백리길 11구간 (말티고개길)


코스:안터마을→생명강전원마을갈림길→말티고개→청마리

거리 및 시간:11km, 5시간

교통편: 판암역 607번 옥천행 버스, 옥천버스종점에서 안남행 버스


2016년도 여름은 무던히도 더웠다. 열기에 익은 도로를 걸을 때면 숨이 막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대청호오백리길을 멈출 수가 없었다. 힘들고 고된 여름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보람도 크다. 만약 미루어 두었다면 그만큼 앞으로 가야할 길이 남게 된다는 예기다. 한 달이 지나고 또 한 달을 버티고 나니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 왔다. 가을에는 무슨 운동을 해도 좋지만 걷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그래서 미루어 두었던 11구간을 걷고 왔다.


11구간은 안터마을에서 시작한다. 안터마을에는 고인돌과 선돌이 있는데 특히 선돌은 여타의 선돌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 임신부 모양의 선돌로 생산신, 출산신적 상징의 신앙을 엿볼 수 있는 선사 유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선사 유물이라고 한다.


안터마을을 뒤로하고 임도를 따라 고개에 도착하면 ‘즐기며 거니는 자연 체험과 경관’ 성근별 간판과 만나게 된다.

성근별..듬성듬성 떠 있는 별이란 뜻으로 정지용 시인의‘향수’에 나오는 말이다.




하늘에는 성근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향수’를 소리 내어 읊으면서 휘어 돌아가는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생명강 전원마을로 가는 길로 두 번째 고개를 넘어야 한다. 두 번째 고개 이정표에는 감사고개라 되어있다. 




아마 생명강 교회가 밑에 있기 때문에 감사 고개라 하지 않았나 싶다. 고개를 내려 가다보면 한반도 전망대가 나온다. 어느 것이 한반도 모양인지 아리송하지만 푸른 대청호는 아름답기만 하다. 




비목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가는 임도를 구비 쳐 내려가면 생명강 교회가 나온다. 이정표에는 생명강 전원마을이라 돼있고 청마리까지 7.2km라 돼있다. 예전에는 생명강 전원마을로 체험마을이었다. 






그런데 운영이 되지 않아 교회로 바뀌었다. 11구간은 청마리 방향이고 2.5km의 덩기미 피실 코스는 특별 코스로 한여름인 8월에 다녀왔다. 전망대 사진은 8월달에 덩기미 피실마을과 누에능선 걸을 때 사진이다.


생명강 교회를 뒤로 하고 말티고개를 바라보고 임도를 올라간다. 사면을 따라 구비 쳐 오르는 임도는 경사가 완만하여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눈을 멀리 두고 보면 임도 곡선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한국관광공사에서 10월에 걷기 좋은 길 백선을 설정하였는데 이곳 말티고개 길이 10월에 걷기 좋은 길로 선정이 되었다고 한다. 여름의 흔적인 푸름과 가을의 단풍이 뒤섞여 조화를 이루는 임도는 한적하기 그지없다. 주위를 둘러보면 첩첩산중으로 오지 의 원시림을 걷고 있는 착각이 든다. 




이곳에는 가을의 전령사인 노란들국화가 많은데 코를 같다 되니 향기가 진동을 한다. 휘어 돌아가는 임도를 따라 고개 마루에 도착하니 탁 트이는 조망이 펼쳐진다. 이슬봉을 비롯하여 대청호를 감싸는 산줄기능선이 하늘아래 펼쳐졌다. 가슴까지 시원하고 후련하다. 한동안 자연이 발산하는 아름다운 모습에 넋이 나간다. 




가을 햇빛의 따사로움을 등짝으로 받으며 고개를 넘어 내려가면 말티고개이다. 말티고개는 청마리와 피실 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청마리 방향으로 발길을 잡아 올라간다. 




고개를 넘어 사면을 따라 휘어 돌아내려가는 임도에는 여전히 노란 들국화가 말없이 반겨준다. 그리고 흰색의 구절초가 노란 들국화를 시샘을 하듯 고개를 들고 나를 봐달라고 야단이다. 




드디어 저 멀리 청마리가 보인다. 내려가는 청마리 입구에는 거대한 플라타나스와 빨강지붕이 눈에 띈다. 빨강지붕은 1941년 3월 31일개교하여 1994년 3월 1일 폐교 한 청마초등학교다. 




53년간 청마리와 그 주위의 마을어린이들의 배움터 였다. 학생 수가 줄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청마초교자리는 지금은 옥천 옻 문화단지 옻 배움터로 사용되고 있다. 




농촌의 붕괴와 함께 초등학교도 함께 사라지는 현상이다. 500년이나 됐다는 플라타나스가 운동장 한 가운데 우뚝하여 운치를 자랑하고 작은 플라타나스는 그늘을 만들어 쉼터를 제공하여 주고 있다. 외지인이 봐도 감개가 무량한데 고향인은 마음이 어떠할까.




운동장 가장자리에는 반공소년 이승복 어린이 상이 서 있다. 어릴 적 동경의 대상이었던 인물이다. 허리춤에 들고 있는 것은 감해도 새로운 책보다. 지금의 어린이 들은 아마 도시락 쯤으로 생각 할 것 같기도 하다. 멀리 가는 어린이들은 책보를 이승복과 같이 허리에 드는 것이 아니라 어깨로 가로 질로 매고 다녔다. 지금은 초등학교이지만 그 당시는 국민학교로 대부분 책보를 매고 다녔다.




이승복 상 옆으로는 충청북도 시도민속문화재 제1호인 옥천청마리제신탑 (沃川靑馬里祭神塔)이 있다. 옥천청마리제신탑 (沃川靑馬里祭神塔)은 동제당의 일종이며 마을을 지켜주는 탑신의 신체(神體)로 신앙되는 탑 1기와 그 옆에 솟대 1기가 있다. 이 탑신제당은 흔히 ‘탑’이라고 부른다. 탑은 불사(佛寺)에 있는 탑파(塔婆)와 달리 잡석을 원추형(圓錐形)으로 쌓아올린 것인데, 바닥지름 5m에 높이 5m의 규모이고 꼭대기에 길쭉한 돌 하나를 세워놓았다. 일반 서낭당과는 달리 나무가 없고, 또한 탑과 함께 솟대가 서 있는 것이 이 마을 탑신제당의 특징이다.




솟대는 긴 장대 위에 나무로 만든 새를 꽂아 세워놓았다. 탑신제는 매년 정월보름날 아침에 마을의 남자들만 모여서 지낸다.

농악을 치면서 탑을 돈 다음에는 동네 우물을 찾아다니면서 샘굿을 하는데 이 때 물이 잘 나오라고 축원을 드리며, 다음에는 집집마다 다니면서 풍장을 울려준다. 솟대는 윤년마다 새로 세우는데, 정월초에 무당이 굿을 해서 신장대가 지정해주는 나무를 골라서 고사를 지내고 세웠다고 하나 지금은 그러한 절차 없이 곧고 긴 나무를 가져다 세운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곳 청마초교에서 대청호오백리길 11구간을 끝맺는다. 다음 12구간은 이곳 청마리 에서 가덕을 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청마리앞으로는 거대한 금강이 여울져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