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나무
◈ 참나무 이름
참나무란 이름은 참말, 참사랑, 참기름과 같이 ‘진짜’의 의미를 담아 그 쓰임새가 ‘진짜 좋은 나무’라는 의미 가진다. 참나무의 목재는 재질이 단단하고 결이 고와서 선박이나 고급 가구를 만드는 데 쓰인다. 화력이 좋은 장작은 물론이고 숯도 참숯이 최고다.
참나무를 'oak'라 부르고 학명으로는(쿠에르쿠스, Quercus)로 란틴어로 참나무를 이르는 말이다. 고급 포도주나 위스키를 숙성하는 통의 재료가 바로 ‘오크통’ 이다.
식물도감에는 참나무 이름이 없는데 신갈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을 총칭하기 때문이다.
◎ 신갈나무 : 옛날에 짚신이 해지면 깔창 대신으로 사용했는데, “신을 간다”라는 뜻으로 ‘신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졸참나무 : 잎과 열매가 가장 작아 ‘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근에는 표고버섯의 재료목으로 많이 쓰이며, 졸참나무 도토리로 만든 묵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 떡갈나무 : 참나무 중에서 잎이 가장 큰데, 옛날에는 큰 잎으로 떡을 찌거나 싸서 보관하였다. 잎의 항균작용으로 떡을 오래 보관할 수 있어서 떡갈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 갈참나무 : 가을철이 되어도 잎이 떨어지지 않고 멀리서 보면 황갈색의 잎을 잔뜩 달고 있어 마치 말라죽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까닭으로 가을참나무라 불리다가 갈참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 굴참나무 : 껍질의 코르크층이 두꺼워서 병마개의 재료로 쓰인다. 굴피집의 지붕 재료가 굴참나무 껍질이다.
"기화천년 굴피만년"
◎ 상수리나무 : 옛날에 토리나무(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라고도 불렀다. 상수리나무 열매로 만든 도토리묵을 임금의 수라상에 올려서 상수리라는 이름이 생겼다. 설화에 따르면 임진왜란 때에 의주로 피난 간 선조의 상에 올릴 음식이 마땅치 않아 도토리묵을 자주 올렸다고 한다. 또 상수리나무 잎을 따서 삶아내면 천연염료가 되어 황갈색 물을 들이는 데 쓰였다.
◎ 대왕참나무 : 북미 원산으로 가로수로 심기 위해 들여왔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가 쓴 월계관은 대왕참나무 잎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때 히틀러가 직접 월계관을 씌워주었는데, 손기정 선수는 부상으로 대왕참나무 묘목 화분을 받았고 이것을 모교인 양정고에 기증하였다. 이 나무는 1982년에 서울시 기념물 제5호 “손기정월계관기념수”로 지정되어 손기정 체육공원(옛 양정고 교정)에서 잘 자라고 있다.
◎ 루브라참나무 : 북미 원산으로 가로수로 심기 위해 들여왔다. 대왕참나무보다 도토리가 훨씬 큰 것이 차이점이다.
◎ 소유권을 가진 참나무
미국 조지아주 애선스시 아테네에는 법적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참나무가 있다. 영어로는 The Tree That Owns Itself(자주권을 가지고 있는 나무)라 한다. 1830년대에 윌리엄 헨리 잭슨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영지에 있던 나무에 어린 시절의 나무 밑에서 놀았던 추억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뜻에서 나무 자신과 그 주위 8피트(약 2.4m)의 땅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양도해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지아주의 법상으로는 인물 혹은 물체가 소유권을 양도받는 데 동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나무는 그에 동의할 수단이 없으므로 법상으로는 자기 자신을 소유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으로 신문과 입소문으로 번져 관광지가 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안내판도 생겼다. 원래 나무는 1942년에 폭풍우에 넘어졌다고 한다. 현재의 나무는 아테네의 주니어 레이디스가든 클럽이 원래 나무의 도토리를 심어 자란 나무라고 한다.
◎ 독일에는 따로 국화가 없으며 참나무가 국가나무로 지정이 되어 있다.
◈ 천연기념물 참나무
제96호 ‘울진 수산리 굴참나무’,
제271호 ‘서울 신림동 굴참나무’,
제285호 ‘영풍 병산리 갈참나무’,
제288호 ‘안동 대곡리 굴참나무’,
제461호 ‘강릉 산계리 굴참나무 군’
◎ 서울 신림동 굴참나무 : 강감찬(姜邯贊, 947~1031) 장군이 이곳을 지나다가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자란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기에 나이도 약 천 살 정도라고 전하고 있으나, 실제 나이는 약 250살 정도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전에는 마을에서 매년 정월 대보름에 마을의 평안을 비는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 울진 수산리 굴참나무 : 나이가 300년 정도로 추정되며, 이 나무는 의상대사가 심었다고 전해지며, 옛날 싸움터에서 다급해진 왕이 이 나무 밑에 숨었다고 하여 나무 옆으로 흐르는 강을 왕피천(王避川)이라고도 부른다. 한때는 성류사를 찾는 스님들의 길잡이가 되기도 하였다.
◎ 영풍 병산리 갈참나무 : 갈참나무로서는 유일한 천연기념물이다. 나무 나이는 약 60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창원 황씨의 황전 선생이 조선 세종 8년(1426)에 ‘선무랑 통례원 봉례’의 벼슬을 할 때 심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매년 정월 대보름에 마을의 평화와 풍년을 비는 제사를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 안동 대곡리 굴참나무 : 나이는 500년 정도로 추정되고,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굴참나무 중에서 가장 큰 나무다. 마을의 수호목이라고 여겨, 봄철 농사일을 마친 7월 중에 나무 아래에 모여 제사를 올리고 음식을 나누어 먹기도 했다고 한다.
◈ 도토리 묵
도토리묵은 요즘은 건강식으로 먹지만,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서민들이 즐겨 먹던 구황식물이었다. 도토리묵과 요리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 음식 문화이다.
도토리묵으로 유명한 곳은 대전의 구즉묵마을이다. 원조는 '할머니묵집'으로 지금은 작고한 강태분 할머니가 세운 가게다. 강 할머니는 17살 되던 해에 구즉마을의 이씨 집안으로 시집을 왔는데, "먹고 살게 없을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스무살 무렵부터 묵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한창 번성했을 때에는 30여개 묵밥집이 마을에 모여 있었지만 2006년에 이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터잡고 있던 묵집들이 모두 자리를 옮겨야 했다. 원조집인 원조 할머니 묵집은 원래 자리로부터 500m 떨어진 곳에 새로 문을 열었고, 다른 묵집들은 대부분 2㎞ 정도 떨어진 호남고속도로 북대전IC 부근에서 새로운 묵마을을 만들었다. 솔밭묵집이 유명하다. 할머니묵집은 김대중, 산밑할머니 묵 집은 노무현 대통령이 다녀갔다.
◈ 도토리 속담
◎ “개밥에 도토리”
따로 떨어져서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개는 도토리를 먹지 않기 때문에 밥 속에 도토리가 들어가도 남기므로 생긴 속담이다.
◎ “도토리 키재기”
하잘것없는 재주를 가지고 서로 낫다고 다투는 것을 비유하는 것이다.
◈ 참나무 시
◎ 상률가(橡栗歌) / 윤여형(고려 후기)
도톨밤 도톨밤, 밤이 밤 아니거늘
누가 도톨밤이라 이름 지었는가
맛은 씀바귀보다 쓰며, 색은 숯보다 검으나
허기를 달래는 데는 반드시 황정(黃精)못지 않나니
촌집 늙은이 마른 밥 싸 가지고
새벽에 수탉 소리 들으며 도톨밤 주우러 가네
저 만 길 벼랑에 올라
칡덩굴 헤치며 매일 원숭이와 경쟁한다.
온종일 주워도 광주리에 차지 않는데
두 다리는 묶어 놓은 듯 주린 창자 쪼르륵
날 차고 해 저물어 빈 골짜기에 자네
솔가지 지펴서 시내 나물 삶는다.
밤이 깊어지자 온몸이 서리에 덮이고 이슬에 젖어
남자 여자 앓는 소리 너무나 구슬퍼라.
잠시 촌집에 들러 늙은 농부에게 물으니
늙은 농부 자세히 나보고 얘기한다.
요사이 세력 있는 사람들 백성의 토지를 빼앗아
산천을 경계 삼아 공문서를 만들었소
혹은 한 토지에 주인이 많아서
도조를 받은 뒤 또 받아 가기 쉴 새 없소
혹은 홍수와 가뭄을 당하여 흉작일 때는
해묵은 타작마당에는 풀만 엉성하다
살을 긁고 뼈를 쳐도 아무것도 없으니
관청에 낼 조세는 어쩔 것인가
도망친 장정은 몇천이나 되고
노약자만 남아서 거꾸로 달린 종처럼 빈집을 지키누나.
차마 몸을 시궁창에 박고 죽을 수 없어
마을을 비우고 산에 올라 도톨밤을 줍는다고
그 말이 처량하고 애달프면서도 자세해
듣고 나니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아라
그대 보았잖나, 고관집 하루 먹는 것이 만전 어치
맛있는 음식이 별처럼 벌려져 있고 다섯 솥이 널려있지
하인도 술 취하여 수레 위 비단 요에 토하고
말은 배불러 금칠 된 담장 안에서 소리치네
그들이 어찌 알기나 하랴 그 좋은 음식들이
모두 다 촌 늙은이 눈에서 흐르는 피인 줄을.
※ 황정은 옛날부터 흉년이 들었을 때 식량대용으로 사용되던 구황작물이다. 민간에서는 황정으로 떡을 만들어 먹거나 술을 빚어 마시면 무병장수 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중국의 한무제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동문선』권7
◎ 참나무 / 이정록
네 이름이 참씨인 것은
미루나무처럼 곧거나
목련처럼 소담스럽기 때문이 아니다.
톡톡 터진 껍질 가득
앞발 날카로운 집게벌레와
독침 벌름거리는 왕퉁이를 다스리기 때문도 아니다
수많은 나무 중 네가 참씨인 것은
단단한 성깔 아꼈다가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손잡이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괭이나 도끼자루 맷돌 손잡이
해마다 터지는 새암배미 참말뚝까지
땀흘려 일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댕강댕강 잘려 버섯까지 키우는 그대,
아직도 옆구리 퍼렇게 메질 사납지만
조그만 이마를 향해
온몸으로 사랑해 줄 상수리 단단하다
◈ 참고자료
◎ 위키백과
◎ 이정록. 〈참나무〉,《벌레의 집은 아늑하다》(문학동네, 1994)
◎ 우리문화신문 : 정말 좋은 나무, 참나무(이상훈)
◎ 문화재청 : 동서고금을 막론 ‘참 좋은 나무’인 참나무를 아시나요? (이은복 문화재위원, 한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