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와 성치산(역사 이야기와 함께 이어지는 대청호 산행기)
산행코스---비래골~개머리산~함각산~노고산~성치산~참샘마을
산행시간---5시간40분(점심,휴식포함)
이번 코스는 낮은 산들로 이어져 있어 등로가 희미하고 잡풀로 인해 여름철에는 산행 하기가 어려운 구간으로 대청호를 볼 수 있다는 것외에는 산행의 재미가 없다고 할 수 있는 코스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를 두고 산행에 임하면 매우 흥미로운 코스가 아닌가 싶다.모성인 계족산성에서 대청호를 바라보고 왼편으로 이현산성 등뒤로는 우술성과 적오산성 우편으로는 능성과 질현성 계현성 그리고 우측 팔을 가슴으로 품듯이 늘여져 서있는 견두산성,함각산성,노고산성,성치산성의 자성들이 펼쳐져 있는 구간이다.
<계족산성>신라의 북서진을 방어하기위한 산성으로써 백제부흥 운동이 일어나자 신라 문무왕 당시 상주총관 품일등이 군사를 이끌고 계족산성을 포위하고 대책을 태워 버려 수 천명을 참살하고 항복받았다.이 짧은 한줄의 역사가 묻어있는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 보기로 한다.
아내를 직장에 바래다 주고 송촌 선비마을,동춘당 공원옆의 아파트 4,5단지 사이에 차를 주차하고 고속도로 지하통로를 지나 비래골 입구에 도착하니 늦은 아침 10시 이다.
마을 입구에는 500여년이 넘는 마을 수호수 격인 보호수 2구루가 있어 운치를 더해주고 왼편 으로 고개를 돌리면 밭 가운데 2개의 고인돌이 말 없이 등산객들을 바라 보고 있다.
비래골 고인돌
기원전 6~7세기경의 무덤돌이며 비파형 동검은 금강 유역에서는 최초로 출토 되었다 라고 적고 있어 문화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이점에 중요성을 두고 있으리라,하지만 나는 왼쪽 고인돌 위에 26개,오른쪽 고인돌위에 21개의 바위 구멍이 파여져 있는 성혈에 더 관심이 가지는 것은,어떤 물체나 형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낸 회화적인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그 의미를 정의 내리긴 어렵지만,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서민적 문화이기 때문이다.이 성혈의 시작은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 되었 는지,정확한 의미와 작가도 알 수가 없다고 한다.위로는 거석 문화의 시작이 되는 청동기 시대부터 가깝게는 할아버지 세대까지 이어졌다 하니 몇 천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의 가장 서민적인 문화라 할 수 있다 하겠다.그리고 모든 문화는 퇴화 되기도 하고 또는 발전 되는데 반해 이 성혈은 몇 천년을 두고 변하지 않고 이어온 문화라 하니 그저 놀랍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
망한 백제을 다시 살리기위한 백제인의 몸부림은 계족산성에서 그리고 2개의 고인돌 위에,47개의 성혈에서 그 애틋한 백제인의 숨결을 느끼는 듯 하다.잠시 멍한 정신을 일깨우고 비래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초연물외와 옥류각
비래사 하면 동춘당(同春堂) 송준길(宋浚吉)이 지었다는 옥류각(玉溜閣)과 옥류각 앞 암벽에 친필로 새겼다는 "초연물외(超然物外)"라고 음각된 글씨로 유명한 곳이다.산수 절경을 이루고 옥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옥류각에 앉아 물외(物外)에서 초연하게 학문하고 수양하는 자세를 가다듬었던 당대의 상류 양반 석학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곳이다.
비래사 마당 한 가운데 향나무 보호수가 있다.대전에 노거수라 불리우는 137구루의 보호수들이 있는데 나무에서 향이 난다는 향나무는 이 비래사에 있는 것이 단 한 구루 뿐이다.비래사를 뒤로 절고개를 거쳐 우측 봉에 올라서면 고리산을 배경으로 그림같은 대청호가 펼쳐지는 곳이다. 정상에서 그리고 바위 조망지에서 대청호를 감상하고 질현성 방향으로 발 걸음을 재촉 하다 보면 소공원 이정표가 나오고 소공원 방향으로 이정표를 따라 가면 천개동 고개를 거쳐 개머리산 일명 견두산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테뫼식으로 석축산성이 조성되어 있고,정상바위에 서면 6.25때 북에서 월남하여 대덕구 대화동에서 살던 사람들이 62년 부터 험준한 산을 깎아 만든 마을로써, 지형이 높아 하늘이 닿은 곳이라 하여 천개동(天開洞)이라 부르는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계족산성이 손에 잡힐 듯 코 앞으로 다가 서 있다.유심히 바위를 보면 한뼘 정도의 홈이 파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마 장대를 세웠던 장소가 아닌지 개인적인 생각이다.
개머리산에서 바라본 대청호
개머리 산에서 바라본 계족산성
계족산성으로 가는 길목을 관찰하는 곳으로 제격인 자성으로 계족산성을 포위하고 진격하는 신라군의 동태를 장대의 깃발로 알리고 하였을 백제군의 모습을 이곳에서 보는 듯하다.뒤돌아 서면 평온하고 아름다운 대청호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정표를 따라 개머리산을 내려가면 소공원에 도착한다.초 겨울의 소공원 고개에는 따끈한 차를 파는 조그마한 상점이 자리잡고 있다.일주일전 대전둘레산길 잇기 산행팀이 단체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단풍이 참 으로 고와서 사람들이 탄성을 자아내던 곳인데,벌써 단풍은 지고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변해있으니 자연의 정직함에 마음이 숙연 해진다.
개머리산에서 바라본 대청호
소공원에서 대전둘레산길잇기 팀과 함께
계족산성에서 항거하고 있는 백제군의 후면을 치기위해 신라 품일 장군의 휘하 군인들이 깃발을 눕히고 조심스레 이 고개를 넘는 모습을 뒤로하고 함각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함각산에서 바라본 대청호
함각산에서 바라본 대청호
함(函)을 모로 세운 것처럼 생긴데서 함각산(함函角山)이라 명명되었다는 함각산,소공원 즉 황령재를 감시하고 지키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계족산성의 배후를 치기위해 황령재를 넘는 신라군의 어마어마한 숫자에 놀라 당황하는 함각산 감시병들이 눈에 그려진다.
함각산을 출발 우측으로 묘가 있는 곳에 조망이 트이며 대청호가 맛뵈기로 보여진다.이곳에서부터 노고산 까지가 가장 긴 구간이며 또한 사람 발길이 닫지 않아 등로가 희미하여 어려운 구간이라 할 수 있다.밀양박씨 납골당묘와 서낭당 고개를 지나 대청호가 아름답게 보이는 참나무 조망지를 지나 오르면 노고산에 도착한다.하지만 천여년전에는 전령장을 들고 뛰어 다녔을 백제군인들에 의해 잡풀이 자랄 결을이 없었 으리라.
노고산성
노고산에서 바라본 윗피골재
노산의 디딜방아 흔적
노고산에서바라본 대청호
노고산에서 바라본 대청호
이 노고산성은 계족산성의 전초 기지 로서 금강의 수로와 옥천-문의간 도로를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중요한 자성이다.또한 역사를 뒤돌아 보면 백제성왕이 관산성에서 패하고 이 노고산성으로 후퇴하다 구평(내탑동,진벌)에 이르러 힘을 다하지 못하고 전사하였다 한다.당시 이 노고성엔 성왕의 아들로서 위덕왕에 오르는 왕자 창이 성주로 있었던 성이라 한다.
윗피골재
윗피골재에서 바라본 대청호
정상부에는 노고할머니가 명주치마에 돌을 담아 쌓았다고 하는 전설의 할미바위가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고,그 옆으로는 디딜방아 중간대를 걸던 홈 파여진 바위가 뚜렸이 남아 있는곳이다.
위와 같이 어머어마한 역사와 전설이 숨쉬는 곳에 비해 산성은 거의 허물어져 볼품없이 되어 버려 가슴에리게 만든다.하지만 이현,계족,견두,성치산성중 대청호가 가장 아름답게 조망되는 곳은 이 노고산성이다.
금강 줄기와 육로로 진격한 신라 정예병 들에 의해 계족산성이 포위되어 위태한 정경이 노고산성에서 조망되는 그림을 그려 본뒤 윗피골재로 향한다.
피골마을에서 찬샘정 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윗피골재 또는 말무덤재라 부른단다.대청호가 생기기전 말을 타고와 이곳에다 말을 메어놓고 충북으로 넘어가 일을 보고 또는 농사 일을 했단다.지금도 충북사람들이 대전에 볼일이 생기면 배를 타고와 일을 보고 간단다.
지금은 보호수 격쯤 되는 아름드리 참나무가 고개를 지키고 있다.윗피골재 묘지에서 대청호를 바라보면 호수섬 풍경이 그림처럼 연출 되는 곳이기도 하다.고개를 뒤로 삼각점봉을 거쳐 서낭당 고개를 지나 성치산에 오른다.
성치산에서 바라본 대청호
성치산성은 계족산성 다음 으로 석축윤곽이 크게 남아 있는 성이다.위태했던 계족산성은 드디어 함락이 되어 불길과 연기에 휩쌓였고 신라군 승리의 함성소리에 이 성치산성을 지키고 있던 백제군들이 뿔뿔히 흩어지는 모습을 눈을 감고 그려 보다 눈을 떠보니 호수 건너편으로 청남대가 아련하게 눈에 들어온다(13:15).
백제는 망했지만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는 신라시대가 열리고 산성은 허물어져 우리 뇌리속에서 없어지지만 아름다운 대청호가 또 우리곁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찬샘마을
산성을 뒤로 산성안내판 길로 내려서면 직동과 황호동 으로 연결되는 도로에 내려설 수 있다.직동길을 따라 찬샘마을에 도착하니 오후3시40분이다.대청호 자락에서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마을 입구에는 정이 샘솟는 찬샘마을 이라는 표지석과 짚으로 만들어 놓은 사람모습이 세 개나 서있는데 농촌체험 마을이라 여름에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곳이란다.버스 종점에서 오후3시50분발 버스에 몸을 싣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