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대전 여행 둘레길

유등천길

느낌표!! 2014. 9. 28. 18:26

대전의 아름다운 길 (유등천길)

 

◇유등천길

*코스:한밭수목원유등천시작점/한밭대교/수침교/사정교/안영교/뿌리공원

*거리:11.5km

*시간:3시간30분

*교통편:가는길 버스(121,618번) 오는길 버스(312,313번)

 

밥은 죽으로, 쌀은 잡곡으로, 잡곡은 만주산 조로, 만주산 조를 사먹는데도 형편이 어려워, 막걸리의 찌꺼기나 쌀겨를 극소량 섞은 야채나 마른 풀잎사귀로 끊인 멀건 죽으로 연명하며, 그것마저 얻기 어려울 때면 친척 일가의 집을 전전하며 강제 식객 노릇을 하거나, 그것도 여의치 못한 사람들은 거지가 되어 각처를 유량 걸식 하거나, 소작계급의 농민으로 일 년간의 식량을 지탱하는 자는 극소수이고, 봄.여름의 보릿고개나 칠, 팔월경에 이르면 식량이 떨어져 지주로부터 벼나 그 밖의 식량을 빌려 먹는 자가 많고, 추수기에 이런 부채의 상환과 소작료를 물고 나면 식량이 얼마 남지 않으므로 매년 식량을 빌려 먹는 자가 적지 않다. 이런 지경이었으니 빚 탕감을 위해 딸을 지주에게 바치는 일쯤 예사였고, 마누라를 탐하면 마누라까지 바쳤고, 그래서도 못 견디게 되면 야밤도주를 해서 만주나 간도로 가거나 화전민이 되기도 했다. 소작인들의 생활이 그렇게 비참해도 지주들의 횡포는 갈수록 심해져, 소작료 선납제를 쓰는가 하면, 계약시 보증금제를 만들어 미리 착복하여 소작인을 상대로 고리채놀이를 했다. 그 외에도 관혼상제 때마다 불려가 보수 없는 부역노동을 해야 했는데 일년이면 열흘 이상씩 되었다. 중간의 사음(마름)에게도 시달려 추수 때면 소작 떨어지는 것을 염려하여 으레 술,닭,계란,밤,곶감,조청, 같은 것들을 상납해야 했다. 위 내용은 조정래의 태백산맥 제3권중 해방직후 벌교에 주둔한 계엄사령관 심재모가 소작쟁의가 일어나자 그 해결 방법을 얻기 위해 벌교의 정신적 유지 서인영 선생을 찾아가 소작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설명 듣는 내용이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려는데 방송국 앞이라는 안내방송에 허겁지겁 배낭을 챙겨들고 버스에서 내리니 둔산 대교로 오늘의 출발점 유등천이 눈앞에 펼쳐진다. 유등천과 갑천이 만나는 삼각점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오고가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긴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태백산맥이란 책을 읽으며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의 비참했던 모습을 상상하며 감상에 젖다 차에서 내려서니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비참함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린 시절 제주의 4.3사건을 피해 맨몸으로 육지로 도망 나온 부모님은 아버지가 건설현장사고로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머니 홀로 어린 4형제를 키우며 지금의 초창기 대덕연구단지 건설현장을 전전하며 살림을 꾸렸다. 그러다 보니 집에 밥이 없는 날이면 아침을 굶고 그 당시 국민학교를 다녔기에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 그 시절 소작 농민들의 비참함이 가슴시리도록 공감이 간다.

 

무슨 행사를 하는지 갑천변에 쳐진 많은 천막위로는 스피커 소리가 요란하고 갑천을 돌아 유등천으로 들어가는 자전가 행렬들을 보니 영 딴 세상 모습이다. 지금의 눈앞에 펼쳐지는 여유로운 모습이 참으로 소중하고 행복한 모습이구나 생각했다. 오늘 그 행복한 유등천을 걷는 날이다.

 

 

 

 

 

유등천 유래비 유등천 길이가 37.5km라 표시되어 있다.

 

<유등천> 유천, 창계, 애천이라 고도 불리웠던 유등천은 금산 진산의 월봉산 열두봉재에서 발원하여 대전의 한밭수목원 앞을 흐르는 갑천에 닿아 그 이름을 다하는 천으로 길이는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 두 분의 지식인에게 물어 보았는데 그 차이가 나는 점에 놀랐다. 네이버씨는 44.4km 다음씨는 59.5km 더욱 놀라운 것은 대전에서 세운 안영교 옆유등천 유래비에는 37.5km라 되어있다. 어느 것이 맞나 궁금하여 필자가 도면상 재어보니 약 47km 참으로 재미있는 유등천 길이다. 유등천의 예전 발원지는 인대산의 건지 샘 이었다.

 

둔산대교를 건너 유등천 출발점에 내려서면 어지러운 갑천 고속화도로가 이어지고 건너로는 2개의 방송국과 고층의 아파트 숲이 우성이산을 가리고 있다. 갑천을 등지고 유등천의 오른편 길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끝나는 뿌리공원까지 11.5km를 걷는 길이다.

 

 

 

유등천 출발점에 위치한 파크골프장에서 긴 장화를 신고 골프치는 모습에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

 

추석이 지난 초가을의 유등천은 싱그럽기가 그지없다. 휘늘어진 버드나무, 여자의 마음에 비교되는 갈대가 유등천 따라 하얗게 피어 따가운 날씨임에도 가을의 느낌으로 푹 빠져들게 만든다.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나누어져 있고 많은 자전거 행렬이 이어지는데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곡선이 이루어진 갈대사이를 지나쳐 나오는 자전거 행렬의 헬멧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이 하얀 갈대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또한 갑천과 아파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잔디밭에서 파크골프를 치며 주말을 즐기는 어르신들의 여유로움에서 다시 한 번 우리나라도 이제는 잘살게 되었구나를 실감한다. 높은 문화적 단계라고 해야 되나 명색이 파크골프를 치면서도 남을 의식하지 않고 긴 고무장화를 신는 마음의 여유가 웃음 짓게 만든다.

 

 

 

가을의 전령 억새가 유등천 따라 하얗게 피었다.

 

 

한밭대교와 삼천교, 용문교를 지나면 수침교에 닿는다. 대전천이 대전의 원 도심 중심부를 가르는 천이라면 수침교에서 바라보는 유등천은 대전의 원 도심과 신도심을 구분시켜주는 경계선 같은 느낌이 든다. 우측 도로 위를 보면 예전 호텔 이었던 건물이 지금은 요양병원 건물로 변해 시대 유행의 흐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말해 주는 것 같다. 가장교 지나 태평교까지 도로의 반은 교각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교각 밑이 유명한 유등천 문화의 거리다.

 

 

 

 

 

수침교 지나서 만나는 유등천 문화의 거리, 태평교 까지 이어진다.

 

 

잠시 신문기사 내용을 소개하여 보면

 

물길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글귀들, 유등천변 문화의 거리를 아시나요?

자연생태복원 사업이 조성된 수침교에서 태평교사이 약 2km 벽면에 삶의 지혜를 담은 다양한 격언을 비롯해 유머, 싯구, 신문 스크랩등 2,100여점의 아름다운 글들이 빼곡이 전시되어있다. 우범지역으로 취사 및 쓰레기로 지저분한 거리였는데 명언과 유머를 담은 좋은 글을 진열하고 관리하면서 사라졌다. 시민정서를 보듬은 명소 길로 만든 화제의 주인공은 가장동에 사는 70대 김복동 씨다.

 

 

 

 

유등천 문화의 거리, 노령연금으로 관리 하고 있는 김복동 할아버지 작품들이다.

 

김 할아버지의 경고문도 게시되어 있는데 이곳은 시청에 등록된 장소로 김 늙은이가 노령연금으로 시민들을 위해 관리 하고 있으니 훼손하면 큰 불이익이 돌아간다는 경고다.

 

 

 

 

 

21세기 명언 들은 아래와 같이 별표를 따로 표시해 두었다.

 

어르신들은 물론 학생과 청소년 모두가 인성교육에 좋은 글을 읽고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김 할아버지 바람도 실려 있는데 그중 21세기 명언이라고 할 수 있는 유머들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21세기 명언이란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재미있는 음담패설로 딱딱한 글 내용사이 사이 끼여 있어 저절로 웃음 짓게 만든다. 김 할아버지는 21세기 명언들을 19금 계모임용 글이라 칭하고 따로 별표로 표시해 놓았기에 별표만 찾아 읽게 되는 현상에 나도 모르게 쓴 웃음이 지어졌다. 21세기 한 명언을 소개 하여 보면.

 

 

여전히 마음속의 정겨운 모습인 징검다리

 

갑식이와 갑순이가 결혼 첫 날밤 손만 잡고 자려하자, 갑순씨 이렇게 손잡으면 전기 안와요, 찌릿 찌릿 갑순이 하는 말, 흥! 스위치를 꼽아야 전기가 오던 말던 하지요?

 

문화의 거리가 끝나는 태평교를 지나니 잔디광장에선 어린이를 위한 체험 행사가 한창이다. 개구리의 탄생, 솜사탕 만들기, 염색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천막별고 실시되고 있는데 신 이난 꼬맹이도 꼬맹이지만 부모들이 덩달아 더 신났다. 유등천길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작은 행복이다.

 

 

 

유등천 길에는 산책길과 자전거길이 나누어져 있다.

 

유등천을 따라가다 보면 자주만나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돌 징검다리다. 아주 일정하게 자른 모양이 똑 같아서 그렇기는 한데 가을 억새 사이로 징검다리를 건너가고 있는 모습은 여전히 마음속의 정겨운 모습이다. 지금은 징검다리도 물 저항의 힘을 분산시키기 위해 과학적으로 만들어 곡선으로 되어있다.

 

 

 

 

 

멀리 보이는 다리가 버드내 다리다.

 

유등교와 도마교를 지나가면 유등천에서 유일하게 다리 이름이 붙은 버드내다리에 도착한다. 복수동과 산성동을 연결하는 다리로 모두 다리이름에 교를 붙였는데 버드내다리만이 다리 이름에 다리이름을 붙였다. 많은 다리 밑을 통과 하여 왔는데 다림 밑은 많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더우면 더위를 식히는 그늘로, 비가 오면 비를 피하는 우산으로, 장기와 바둑은 물론이고, 21세기 우리의 풍류문화를 대표하는 고스톱도 다리 밑이 최고의 장소다. 그 다리 밑도 일정한 룰이 있어 장기와 바둑은 가장교와 도마교로, 고스톱을 치려면 태평교 가야 하는 모양이다.

 

 

 

 

11.5km 유등천길중 유일한 오솔길

 

다시 복수교를거쳐 사정교에 도착하면 산책길과 자전거길은 왼편 유등천변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그 이유는 대둔산에서 오대산을 거쳐 흘러내린 산줄기가 안평산, 명막산을 지나 안영고개를 넘고 쟁기봉으로 꺽어져 줄달음치다 브레이크를 못 밟고 그대로 유등천으로 풍덩 빠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벽이 이루어져 자전거 길은 막히고 대신 절벽허리를 가로지르는 운치 있는 오솔길이 탄생되었다. 유등천길중 유일하게 흙길이 이루어진 구간이다. 오솔길에서 유등천 따라 눈을 들으니 뿌리공원이 보인다.

 

 

 

 

뿌리공원입구

 

 

 

뿌리공원 입구 다리는 안영교로 유등천 유래비가 있어 유등천 길이를 살펴보니 37.5km 라 되어있다. 정확한 길이인지, 맞지 않으면 정정할 의향은 있는지 물어보아도 여전히 말없이 서 있기만 하다. 건너편을 바라보니 마침 제6회 대전 효 문화 뿌리축제가 뿌리공원을 중심으로 열리고 있었다. 전국의 성씨별 문중 사람들이 찾아오다 보니 어마어마한 사람들로 붐빈다. 문중행사, 체험행사, 문화행사, 부대행사, 전시 및 학술대회로 3일간 열리는 축제로 조상의 얼를 보고, 느끼면서 나의 뿌리를 찾고 우리 전통의 효를 체험하는 축제이다. 이곳에서 자전거길과 산책길은 더 이상 연장 되지 않고 끝이 나므로 축제현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유등천길은 끝을 맺는다.

 

 

 

 

축제가 열리고 있는 뿌리공원

 

축제가 열리고 있는 뿌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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