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대전 여행 둘레길

유성천물향기길

느낌표!! 2014. 10. 11. 13:29

대전의 아름다운 길 (유성천물향기길)

 

◇유성천물향기길

*코스:유림공원/유성교/호남고속도로/구암상교/대전국립현충원/갑동제1교

*길이:6km

*시간:2시간30분

*교통편:가는길 버스(102번) 오는길 버스(107,48번)

 

 

 

유성천 물향기길 안내판

 

유성천은 대전시의 지방하천으로 유성구 갑동의 삽재에서 발원하여 국립대전현충원 앞을 지나 10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성시장을 경유 반석천을 품고 갑천에 닿아 그 임무를 다하는 천으로 길이는 7.15km 이다. 요즘은 작은 실개천도 도심에서는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의 성과로 꼽는 청계천 복원사업이 아닌가 한다. 유성천도 청계천과 비슷한 길이와 규모로 청계천의 정도반차도 같은 역사적 자료는 부족하지만 유성구청 앞에서 구암교 까지 이어지는 생태복원 된 하천과 유림공원, 국립대전현충원등을 곁에 두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물향기길은 유성천 따라 생태복원 해 놓은 길을 말 하는 것으로 갑천과 맞닿아 있는 유림공원이 첫 출발점이다.

 

 

갑천과 맞닿아 있는 물향기길 시작점

 

유림공원에서 바라본 물향기길 출발점은 유성천 마지막 지점으로 휘어 돌아가는 물줄기가 섬을 만들고 그 섬은 버드나무가 독차지 하고 있다. 유성천을 받아들인 갑천이 북쪽으로 흘러가는 그 광할(廣闊)한 풍경은 가슴을 뻥 뚫리게 하고도 남는다.

 

 

국화 전시가 한창인 유림공원

 

 

뒤돌아서면 유림공원으로 국화향기 가을음악회를 알리는 현수막에서 말해 주듯 공원은 마침 국화 전시가 한창이어서 국화 꽃 세상을 걷는 기분이다. 그윽한 국화 향기에 취해 두어바퀴 더 돌고 공원 끝 지점에 도착하면 대전역사박물관에 소장된 우리나라 현존 최고의 한글 편지 빗돌이 서 있다.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편지로 남편이 부인한테 전하는 내용이다. 관직을 제수 받고 함경도로 떠나기에 집에 들를 수 없음을 말하고 함경도에는 흰 베와 명주는 흔하고 무명이 귀하기에 무명옷을 보내라는 내용부터 세금관계는 형님한테 부탁 하고, 농사는 소작을 주어 직접 짓지 말 것 이며 어머님 잘 모시고 아기들 잘 키우고 있으면 내년가을에 내려간다는 내용이다. 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상 살아가는 모습이 같은 점에 신기하기도 하고 잠시 놀라기도 한다.

 

 

우리나라 현존 최고의 한글 편지 빗돌

 

나신걸 어르신의 편지내용을 뒤로하면 타원형의 징검다리가 눈에 들어오고 갑천대교에 올라서면 유림공원으로 소풍가는 학생들이 하늘색 우레탄 물향기길 따라 걷은 모습이 부럽게 다가온다. 그 부러움은 젊음인 것은 물론이요 사랑에도 남을 의식하지 않는 개성 때문이다. 남녀 공학의 고등학교 학생인데 좋아하는 여학생을 거리낌 없이 손잡고 걷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시원한 느낌마저 드는 하늘색 우레탄이 가을 하늘 아래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물향기길 따라 유림공원으로 소풍가는 학생들

 

유성대교와 온천교를 지나면 성원상떼빌 아파트가 나오고 반석천이 아파트 옆으로 흘러드는 삼각점에는 파란아치 다리가 맑은 유성천위에 설치되어 있다. 또 아파트 앞에는 물가 공연장도 만들어 졌고 벽면에는 물에 관한 시와 명언들이 돌에 새겨져 있어 눈길이 머물러진다. 노자, 도종환의 깊은 물, 관중, 타고르 등의 명언들 중 시자의 군치편에 인의용지를 물에 비교한 내용이 마음에 와 닿는다.

 

 

반석천과 만나는 삼각점의 물향기길

 

물에는 네 가지 덕(悳)이 있다. 이 땅의 모든 자연물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만물을 통하여 흐르게 하니 인(仁)이며, 많은 것을 추구하고 탁한 것을 꺼리고 찌꺼기와 더러운 것을 흘러버리니 의(義)이고, 부드러우나 범하기 어렵고 약하지만 강한 것을 능히 이기니 용(勇)이며, 강이나 바다로 흘러 나아감에 나쁜 모든 것을 보듬지만 그 흐름이 겸손하니 지(智)이다.

 -시자(尸子)의 군치(君治)편-

 

 

 

장명교, 봉명교, 유성교를 지나는 물향기길은 유성의 중심 유성시장을 거쳐 간다. 1946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0여년전부터 시작된 인근 최대의 재래시장인데 원래는 5, 10일장이었었다고 한다. 그런데 장날마다 비가 오는 바람에 4, 9일장으로 날짜를 바꾸었다는 피치 못할 속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유성시장하면 그래도 열심히 사람 살아가는 모습과 함께 옛 전통 장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유성천을 가득매운 고마리

 

장대교에 오르면 구암교와 호남고속도로가 보이고 유성천은 그 너머로 보이는 신선봉을 향해 올라가는 모습이지만 유성천은 온통 고마리 차지다. 가을 수확을 마친 논에 지천으로 핀 고마리를 이듬 봄에 갈아엎어 벼를 심어도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되살아나 온통 고마리 논이 되는 모습에서 억샌 생명력을 읽곤 했었다.

 

 

대한불교 조계종 맑고 향기로운 여래사

 

뛰어난 정화능력을 가진 마디풀과 식물로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도 하며 상처부위의 지혈제로도 쓰이며 옛날에는 홍역이 났을 경우 생잎을 갈아 약용으로도 사용되는 식물이기도 했다. 앙증맞은 꽃들이 고만고만하다 하여 고마리라는 이야기와 사람에게 피해가 없어 고마운 식물이기에 고마리가 되었다는 설, 엄청난 번식력 때문에 고만 자라라는 뜻으로 고마리로 불리우게 되었다는 것 까지 많은 설이 있지만 중요 한 것은 유성천을 가득매운 고마리 덕분에 고상하고 우아한 멋이 살아 있는 생태천이 되었다는 점이다.

 

 

덕송초등학교 뒤로 이어지는  물향기길

 

다시 구암교을 지나고 호남고속도로 다리밑을 통과하면 물향기길은 유성천 둑으로 이어진다. 앞을 보면 드디어 산 능선 배열이 한눈에 들어온다. 왼편으로 수통골의 도덕봉 능선이 오른편으로 갑하산, 우산봉 능선이 가로막고 있는데 그 사이를 뚫고 계룡산이 우뚝하게 보인다. 구암(상)교가 가까워지면 맞은편으로 이색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오는데 꼭 들려 보는 곳이다. 여래사라는 절로 건물자체가 특이하여 처음에는 차를 파는 카페인줄 알았던 곳이다. 입구 간판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맑고 향기로운 여래사라 되어있다.

 

 

국립대전현충원 정문

 

각림(覺林)스님이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지은 절로 사찰의 전통 개념을 깬 건축물이다. 그것은 버섯 모양의 황토 건물은 일반 까페 건물로나 지어질법한 것을 절로 지었기 때문이다. 토담을 비롯한 화단까지도 스님이 직접 건축자재를 구하여 손수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에다 스님의 손때 묻은 조각들이 절 곳곳을 가득 채우고 있어 여래사는 사찰이 아닌 문화와 예술의 전시장으로 착각이 들 정도이다. 굳이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문화와 종교, 사회, 가정, 세상사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은 공간도 마련해 놓고 있어 차 한 잔의 여유로움과 함께 스님의 조언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여래사의 무설전 건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가난하여도 원력을 잃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마음을 북돋아 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것 같다. 필자하고는 인연이 닿지 않은 탓인지 여러 번을 찾아 왔어도 스님을 뵙지 못했다.

 

 

유성천 물향기길이 끝나는 갑동의 마지막 다리  갑동 제1교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물향기 물씬 풍기는 유성천을 따라 한밭대학교 사거리의 덕송초등학교 뒷길을 지나면 국립대전현충원 정문에 닿는다. 파란 하늘 아래 펄럭이는 태극기와 천마웅비상의 여섯 필의 말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생각하게 만들어 잠시나마 머리가 숙여진다. 국립대전현충원을 뒤로하고 현충교를 지나 갑동마을 마지막 다리 갑동 제1교에 도착하면 유성천 물향기길은 끝을 맺는다.

 

갑동 제1교 옆에는 유명한 숯골 원 냉면이 있는데 필자의 고향 숯골에서 유래된 냉면집이다. 필자가 살던 어린 시절 숯골 장터마을 둔덕진 길가에는 초가가 하나 있었다. 그 처마에는 가끔 꿩이 걸려 있었다. 사냥꾼이 잡아온 것으로 음식을 해달하고 하면 그 꿩으로 냉면을 만들어 주곤 한 것이 숯골 냉면의 유래가 되었다. 숯골은 대부분 이북에서 넘어온 사람들이다. 620사업으로 숯골이 없어지고 그 냉면집은 신성동으로 이주를 하게 되는데 2대째로 둘째가 가업을 이어받았고 이곳 갑동은 큰 딸이 운영하는 곳이다. 셋째 딸도 신성동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는데 필자와는 동기동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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