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원도심 나들이/대전 원도심 걷기

대전 원도심 걷기 (원도심 어울림길)

느낌표!! 2014. 12. 5. 21:53

대전 원도심 걷기 (걷고 싶은 길 12선 원도심 어울림길)

 

“화랑과 소극장이 모여 있는 문화의 거리, 젊은이들의 축제가 펼쳐지는 우리들 공원과 으능정이거리 맛과 정성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오래된 식당들, 추억의 대전천, 세상사는 맛이 느껴지는 중앙시장 등이 자랑이다. 좁은 골목길을 기웃거리다 보면 수많은 사연과 원도심의 정취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 걷고 싶은길 12선 원도심 어울림 길 안내판

 

중구청사에서 대전역으로 이어지는 좌우 지역은 대전의 역사와 같이 했던 곳이다. 지금은 그 명성을 둔산지역으로 넘겨주었지만 한 때는 대전의 중심이었던 지역이다. 하지만 원도심의 저력은 지금도 많이 남아있어 오랜 역사 속에 스며든 추억과 낭만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중구청에서 대전역으로 이어지는 어울림길은 우리들공원, 으능정이거리, 중앙시장, 대전역시장 등 네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는 길이다.

 

 

▲ 산호다방이 있는 우리들공원 길

 

태권도의 등급에 비교해 보면 우리들공원 지역은 '파란 띠' 길이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싶다. 태권도에 입문해 유급자가 되면 눈에 뵈는 게 없는 혈기 왕성한 때와 같은 그런 분위가 물씬 풍겨나는 거리다. 으능정이 거리는 '흰 띠' 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태권도에 첫 입문한 무급자로서의 순수함이 배어있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시장 거리는 '빨간 띠' 쯤 될 것 같다. 태권도의 힘과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 정의를 위해서는 생명도 버릴 수 있는 경지에 닿은 삶의 모습이 투영되는 거리라고 할 수 있다. 대전역시장 거리는 '검정 띠' 라고 할 수 있다. 태권도의 강자에게 강(强)하고 약자에게 유(柔)하며, 예절 바른 태도로 자신의 덕(德)을 닦는 행동 철학을 깨우치는 최고의 경지에 다다른 모습과 같은 거리라고 할 수 있다.

계절로 비교해 보면 새싹이 돋아나는 희망으로 상징되는 '봄'은 으능정이 길, 열정의 '여름'은 우리들공원길, 결실의 계절인 '가을'은 중앙시장 길, 황혼의 아름다움이 빛나는 '겨울'은 대전역시장 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으능정이의 명물, 성심당

 

원도심 어울림길은 중구청 앞에서 시작한다. 원도심 어울림길 안내판에서 우리들공원까지는 문화예술의 거리로 카페와 술집 등 막 군대 갔다 온 젊음으로 넘치는 청춘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야외 공연장인 우리들공원, 연극 공연장인 카톨릭 문화회관 아트홀, 나이트클럽 그리고 수많은 술집과 카페들이 젊음을 발산하기에 더할 나위없는 곳이다. 그런 그곳에 추억의 다방이 의젓하게 자리 잡고 있어 들어가 보았다. '산호다방'인데 예상했던 데로 "장사가 안 된다"고 한다. 변화하는 세월 앞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 으능정이 거리의 스카이로드

 

우리들공원을 지나 빵집으로 유명한 '성심당'이 있는 으능정이거리로 접어들면 세상 밖으로 처음 나온 새내기들이 붐비는 곳이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시작하여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 라는 카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성장한 '성심당'은 으능정이거리는 물론 대전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으능정이거리하면 또 하나의 명물, 스카이로드'가 있다. 휘황찬란한 불빛이 수를 놓으면 황홀함이 거리 전체를 휘감는다. 교복 차림의 학생들 모습도 눈에 많이 띄는 것을 보면 역시 새내기들의 거리임을 실감한다.

 

 

▲ 대전천

 

으능정이거리를 지나 대전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는 대전천을 건너면 '중앙시장'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 고스란히 투영되는 곳이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부대끼며 소리가 서로서로 교차해 왁자지껄하는 분위기에 압도돼 세상 살아가는 맛이 저절로 느껴지는 곳이다. 3000원 하는 잔치국수 한 그릇을 시켜놓고 잠시 발걸음을 쉰 다음 '중앙시장'을 빠져 나와 삼성동에서 인동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건너면 대전역시장이다.

 

 

▲ 중앙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주로 생선가게가 많다. 노인 분들이 가게를 지키고 있어 꼭 인생의 황혼을 엿보는 것 같아 가슴이 짠해지지만 황혼기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서 또 다른 인생의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 모퉁이 곤 계란 집 앞에 막걸리 한 사발을 받아 놓고 서넛이 자리 잡고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할아버지들 모습이 대전역시장 풍경을 대변하는 것 같다. "인생 뭐 있나! 곤 계란 하나에 막걸리 한사발이면 족하지". 막걸리를 맛있게 들이키는 할아버지를 뒤로 하면 대전역으로 사람들 속에서 한바탕 놀다 나온 느낌이다. 쌍둥이빌딩 너머로 무심한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모습을 보며 대전역에서 원도심 어울림길 여행을 모두 마친다.

 

 

▲ 대전역시장

 

원도심 어울림길은 비록 한 시간 발걸음으로 족한 짧은 거리지만 사람이 있어 빛이 나는 거리다. 낮에는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정 넘치는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대전역시장과 중앙시장을 걸어보고,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저녁부터는 으능정이거리와 우리들공원길에서 젊음을 발산하는 청춘들의 노래 소리를 몸으로 느껴보면 좋은 곳이다.